영국워홀

[영국워홀 D+2] 첫 뷰잉/서류 광탈

FuterNomad 2024. 5. 15. 06:56

오늘은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지 이틀이 되는 날이다. 

어제는 스무시간 가까이 걸려 영국에 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고, 오늘도 마찬가지로 정신이 없지만 일기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영국으로 워홀을 떠나게 된 큰 이유는 없었다.

나는 항상 해외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고, 런던에는 일자리가 많고,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먹고, 살고, 저축하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국에 가고 싶어서라기 보다 개발자로서 해외 취업의 첫 발걸음이 떼기에 적합한 나라가 영국이어서 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를 걸을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마트를 갈 때도 21살에 뉴질랜드로 워홀을 떠나 모든 것이 설레고 행복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과 너무 다른 것 같다.

현재 런던의 Software Engineer 구직시장은 혹한기이고, 특히 junior-mid level은 더 그러한 것 같다. 한국에서부터 지원해왔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냉랭했고, 앞으로도 지원 결과를 계속 기다려야 하겠지만 영국에서도 그닥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 늘어놓고자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내가 영국에서 잘되기를 바란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고, 나 또한 포기하지 않고 영국까지 왔으니,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좋은 일이 두 가지나 있었다! 첫째는 현재 화상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Kat 선생님이 주말에 시간 되면 같이 카페를 가자고 제안해주었고, 두번째는 갑자기 잡힌 당일 뷰잉 약속을 갔다가 터키인 집주인 분과 커피챗을 했다는 것이다.

 

영국에 도착한 첫 주에 영국인 친구와 약속이 생긴다는 건 영국에서의 시작이 순조롭다는 의미 아닐까?😁

 

오늘 오후 6시, 갑자기 온 전화에 1시간 거리가 떨어진 Hampstead로 뷰잉을 보러 가게 되었다.

이 시간에 그렇게 멀리 가는 게 맞을까? 싶었지만 첫 뷰잉이라는 것, 그리고 집 주인이 non native English speaker지만, 영어로 서로 대화가 너무 잘 되었다는 점에서 무작정 가게 되었다.

가는 길에 검색해보았더니 무려 손흥민이 사는 동네라고 해서 치안이 보장된 기분이었다.

집에서는 뭉근한 터키 향(?)이 느껴졌고, 분위기도 매우 Turkish 했는데, 룸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고, 거실에서 보는 뷰가 정말 예술이었다.

집 구경을 하던 중 갑자기 집주인분이 "Would you like a tea or coffee?" 라고 물어봤는데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영어를 몰라 수락하게 되었다.

터키 커피를 마시며 집주인분과 대화를 나누는 데, 이런 집주인이라면 이 집에 살아도 괜찮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집주인이 터키 문화로 커피로 점을 봐주었는데 "8번의 도전 끝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긴 머리의 여자가 너에게 도움을 줄 거야" 라고 말해주었다.

뭔가 홀리는 기분(?) 대화를 나누면서 "You never trust anyone" 그리고 "꼭 너가 하고 싶은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랄게" 라는 말 속에서

이렇게 처음 간 뷰잉에서 스윗한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꼭 세상에 있는 모든 사소한 우연이 내가 영국에서 잘 될거라고 밀어주는 것 같았다.

 

 

집 가는 tube에서 문득 내가 되게 불안정한 감정 속에서 영국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직장을 안좋게 마무리하고, 계속해서 영국으로 구직을 시도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고, 꽤나 어렸을 때부터 있던 가끔 찾아오는 우울감을 해결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온 영국으로 온 내 감정이 온전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영국에 있으면서 글을 쓰고, 나를 돌아보고, 구직 활동도 열심히 해서 점점 더 건강한 나로 발전해 나가고 싶다.

 

Wishing you all the best, E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