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워홀

[영국워홀 D+28] 워홀을 추천하는 이유

FuterNomad 2024. 6. 10. 04:01

이번 일주일은 굉장히 우울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면접을 봤던 4곳 모두에서 탈락 결과를 통보받았다.

블로그에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영장 가는 길 벽화 (Islington)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건 오늘 저녁을 먹으며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 덕분이다.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채널의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유전자로 보는 삶, 최재천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영상인데, 썸네일에 있는 '삶의 의미'라는 문구에 이끌려 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마 이전에도 봤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이 영상을 보던 중 갑자기 생각에 잠겼다. 

"삶의 의미라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라는 말씀을 듣고,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한 주간 우울한 나날을 보낸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글의 제목을 '워홀을 추천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누군가 나에게 "나 워홀 갈까?"라고 물어본다면, 그 사람의 앞뒤사정과 상관없이 "최소 비용을 준비할 자신이 있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된다면, 나는 강력하게 추천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 첫 번째 워홀은 뉴질랜드였다.

 

아직도 종종 내 지인들은 호주로 착각할 때가 있다.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는 내 인생을 바꾸었다.

 

워홀을 추천하는 첫번째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 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살다 보면 한국이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작은 세상 속에서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단기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그 나라의 한 달 이상 머무르게 된다면 정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공간,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정말 많은 Insight를 얻게 된다.

Insight를 통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머릿속에서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 속에서 그 의미를 곱씹다 보니,

그 의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들이 모여 사고의 확장을 이루어 내는 것 같다.

 

이런 깨달음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 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행복하다면 이 챕터는 PASS!)

 

나는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처음으로 "행복하다" 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그래서 뉴질랜드를 다녀온 이후로 친구들 그리고 내 지인들에게 "너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낀 적 있어?"라고 물어봤을 때 긍정적인 답변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즐거움은 느껴본 것 같은데,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네?" 라던지,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라는 답변들 뿐이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워홀을 떠나 우울한 기억만 잔뜩 안고 한국으로 귀국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행복 또는 만족이라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뉴질랜드 워홀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1. Nelson이라는 도시를 선택했기 때문
  2. 너무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
  3.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갔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건이 성공의 법칙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다른 조건으로 그들의 행복을 만들어 나갔을 것이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나도 어학원 점심시간이 되면 항상 긴장되었다.

우리가 새 학년 첫 학기 첫날 '점심 혼자 먹으면 어떡하지?', '집 혼자 가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을 하는 것처럼, 나도 '점심먹을 때 나만 혼자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냥 한 번 얼굴에 철판 깔고 내뱉은 "Hi, how are you? Can I join here?" 덕분에 친구도 사귀고 좋은 시간도 보낼 수 있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긴장되지만, 막상 별 거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 그다음은 조금 더 쉬워진다.

그리고 다음번에 올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워홀을 추천하는 세 번째 이유는 '나에게 집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땅에 정착해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외롭다.

다시 말하자면, 혼자 있는 시간이 엄청 길다는 뜻이다.

혼자 있다고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 있다 보면 정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혼자 공원에 앉아서 생각하기, 혼자 언덕 올라가서 노을 바라보기, 혼자 동네 산책하기 등 나 혼자 점점 바빠졌다.

 

Nelson 언덕

 

남과 있으면 남을 신경 쓰는 것처럼 나 혼자 있으면 내가 나를 신경 쓰게 된다.

그리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 혹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아 나는 이런 걸 싫어하는구나? 이런 건 좋아하네?' 하며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발견할 것이다.

나도 나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참 많았다는 것을.

 

 

그렇게 워홀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두 번째 워홀은 '영국'이다.

 

사실 영국으로 워홀을 왔다고 말하기보다 런던으로 워홀을 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영국 = 런던' 이라고 하기에는 런던은 너무 diverse 하다.

아직 런던 새내기지만,

영국 워홀을 살짝 추천해 보자면

  1. 런던에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
  2. 친구 사귀기 쉽다.
  3. 일자리가 많다.

 

28일 차 영국워홀 새내기가 보는 런던은 '능력이 있다면, 도전하기 좋은 도시'이다!
(학벌, 인종, 성별, 과거, 나이 등 전혀 상관없다.)

 

 

 

기왕 블로그 쓴 김에 이번주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보자면,

 

#1. 이번주는 동네를 많이 돌아봤다.

취업이 빨리 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여유를 가지고자 산책을 종종 했다.

동네 이름: Islington / 사진 제목: 우리 동네 소개하기

 

사진은 조금 스산한데, 공원이 굉장히 크고 날씨 좋을 때 가면 정말 공간 자체가 힐링이다.

 

 

#2. Bumble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런던 친구를 사귀다.

친구는 중국, 한국 혼혈이었는데 한국어를 독학했다고 했다.

심지어 나랑 동갑이었다.

이 친구의 한국어 실력을 보며, 나도 영어 공부 정말 열심히 해야지 다짐했다.

Oxford Circus에 있는 Bar Crispin

 

친구가 예약한 Bar Crispin은 와인 전문점이었는데, 

하우스 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사악한 가격이 납득될 정도)

벌써 이번주에 두 번 만났다 :)

 

 

#2. Portobello Market을 가다.

항상 만나는 안도라 친구와 함께 Notting Hill을 갔다.

Notting Hill에는 Portobello Market이 있는데,

굉장히 크고, 정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시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출처 ❘ Tripadvisor

 

점심으로 빠에야, 샌드위치를 먹고 디저트까지 먹으니 정말 데굴데굴 굴러서 시장을 빠져나올 뻔했다.

 

사실 이 날 아침에는 Code & Coffee MeetUp, 점심에는 친구와 Market 탐방, 오후에는 다른 친구들 그룹에 끼어서 수다를 떨었다.

[하루에 약속 3개 + 영어로 12시간 대화하기]는 정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내가 이 런던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지만,

다음 주에는 더 심기일전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